옛부터 전세계에서 사용되어온 "손가락을 사용한 기억술"이란?

기억술 하면 유명한 "기억의 궁전"등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손가락을 이용한 기억술"도 예로부터 전 세계에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손가락을 사용한 기억술에 대해서,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인지 과학의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이언스 라이터 Kensy Cooperrider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중국 간쑤성 둔황시에 있는 막고굴에서 1900년에 발견된 "돈황문헌"에 포함된 것으로, 8세기경에 불교 승려에 의해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연꽃으로부터 뻗은 양손에는 한자로 주석이 적혀 있고, 각각의 손가락 끝에 인도철학에서 불교사상에 포섭된 5대를 나타내는 "하늘, 바람, 불, 수(물), 나무"를 배치하고, 그 위에 10가지 미덕을 나타내는 "선, 진, 인, 계, 단, 혜, 방, 원, 힘, 지"가 적용. 이것은 5대나 미덕이라고 하는 지식을 각각의 손가락에 할당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막고굴에서 발견된 기억술이 기록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잉글랜드의 기독교 성직자인 베다 베네라빌리스(존경스러운 베다)도 손가락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베다는 725년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부활제(이스터)가 한 해의 어디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법을 "De temporum ration(시간의 계산"이라는 논문에서 설명했다.

베다는 이 논문에서, 다섯 손가락의 14개의 관절과 다섯 개의 손톱을 합친 19라는 수치가, 달력의 같은 날짜로 같은 달의 모양이 나타나는 19년을 나타냈고, 두 손의 관절을 합친 28이라는 수치가 칠요일에 메톤 주기의 생각을 적용해 같은 날짜의 칠요가 일치하는 28년을 나타낸다고 설명.

베다는 이 방법을 통해, "두 행성 주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고, 덧붙여 베다는 이 방법에 대해 "펜으로 쓰는 것보다, 살아 있는 소리로 전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해, 구체적인 세는 방법은 도해되어 있지 않지만, 베다의 방법은 넓게 보급되어, 몇세기에 걸쳐 기독교학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즉, 베다는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했다는 "양손의 손가락만을 사용해 0~9999까지의 숫자를 세는 방법"에 대해 쓴 인물이다.

 


막고굴과 베다의 예는, 손가락을 이용한 기억술의 가장 초기의 한 예라고 Cooperrider 씨는 주장하고 있다. 신체동작과 공간적 사고가 추상적 사고의 기반이라고 논하는 "Mind in Motion : 신체 동작과 공간이 사고를 만든다"의 저자 인 바바라 토벨스키 씨는, "사고가 마음을 압도할 때, 마음은 그것을 세계에 배치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손가락을 사용한 기억술도 어떤 의미에서 생각을 손이 닿는 곳에 놓아두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로도 손가락을 이용한 기억술은, 세계 각지에서 계속 사용되어 왔다. 1491년 출간된 Schatzbehalter der wahren Reichtumer des Heils라는 책에 실린 아래 그림은, 손가락 부분에 기독교 사도 성인 성모 마리아 그리스도를 빗댄 것이다.

 

 

 


또 아래는 11세기 이탈리아의 음악 교사인 구이도 달레조가 고안했다고 하는 손가락에 음계를 적용한 "Guidonian hand"이다.

 


15세기가 되어서, 구이도니안 핸드에서 촉발되어 라틴어의 어형변화나 독일어의 음성을 손가락에 대입하는 방법도 등장했는데, 중국에서는 벌써 13세기에 음운을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맞추는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식은 일정한 커뮤니키간에 공유되어, 교육이나 의식에서 이용되는 집단적인 지식 시스템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기독교의 성직자인 Girolamo Marafioti가 1602년의 논문에서 발표한 것은, "손의 앞면과 뒷면을 각각 23개, 양손을 모아 92개의 부품으로 나누어, 각각의 파트에 기억하고 싶은 사항을 적용시켜둔다"라고 하는 것. 이것은, 뭐든지 자신이 기억해 두고 싶은 사물에 응용할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야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Marafioti가 설명한 방법은, 뇌 안에 가상의 궁궐을 만들어 놓고 안의 방이나 길을 따라 사물을 배치하고, 방대한 정보를 장소와 연결해서 기억하는 기억의 궁전이라고 하는 기억술을 손가락 안에 옮겨놓은 것이다. 그런데 손가락을 이용한 기억술이 기억의 궁전과 확연히 다른 것은, 손가락 기억술에서는 기억을 떠올린다는 단서가 현실적으로 바로 손안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또한 손가락을 움직여 운동 감각과 연결시켜 사물을 기억하는 것도 가능하다.

Cooperrider 씨는 손가락을 이용한 기억술이 발달한 이유에 대해 "일부의 학자 엘리트들이 복잡한 지식을 창출하던 시대에 보다 광범위한 일반 시민들이 이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펜으로 기술된 문자와 육성의 다리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

현시점에서는 손가락을 사용한 기억술의 상당수는 전해지지 않고 있고, "이미 손가락을 사용한 기억술은 잊혀져 버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를 들면 "전류의 방향, 자계의 방향, 발생하는 힘의 방향"을 왼손의 포즈로 나타내는 플레밍의 왼손법칙 등은, 손의 손가락을 사용한 기억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영국에는 1년 중 31일보다 짧은 달을 외우는 주먹이 존재하는 등, 요즘도 전세계에서 "손가락을 이용한 기억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