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등을 통해, 수억 년 전 지구에는 오늘날의 비둘기보다 더 큰 곤충들이 하늘을 날아다녔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러한 거대 곤충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현재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이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증거가 제시됐다.

현재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약 21%이지만, 약 3억 년 전에는 30% 이상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곤충은 비행 중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고농도의 산소가 있으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당시 곤충들이 현대 곤충보다 훨씬 거대해졌다고 여겨져 왔다. 다시 말해 “산소 농도가 높지 않으면 곤충은 거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었다.
하지만, University of Pretoria의 Edward P. Snelling 연구팀은 곤충의 거대화와 산소 농도의 관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곤충은 기문(숨구멍)과 기관(공기 통로)을 통해 호흡하고, 스네링 연구팀이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현대 곤충 44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종에서 몸 크기와 관계없이 기관의 말단 구조인 기관소지가 근육 공간의 1% 이하만 차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비율이 약 3억 년 전에 살았던 몸길이 60cm가 넘는 거대 곤충에서도 비슷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조류나 포유류의 심장 근육에서는 모세혈관이 훨씬 더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하고, 몸집이 커질수록 기관을 더 많이 발달시킬 진화적 여지가 충분히 있었을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소 농도가 몸 크기를 제한한다”는 주장, 나아가 “현대 곤충이 산소 부족 때문에 작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연구팀은 지적.
즉, 정말로 산소 농도가 거대화의 핵심 원인이었다면, 현대 곤충 역시 기관소지를 더 늘려 거대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은 산소 농도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

연구진은 대신 곤충이 거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로, 조류 같은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척추동물 포식자가 등장하자, 거대한 몸집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해 멸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기관소지보다 상류 단계의 산소 흐름이나, 몸의 다른 기관이 여전히 체격을 제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산소가 곤충의 최대 크기를 제한했다”는 기존 이론이 완전히 부정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만약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실제로 곤충 크기의 한계를 결정한다면, 다른 기관이 그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는 증거가 기관 구조에서 발견돼야 합니다. 대형 곤충에서 어느 정도의 보상 작용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